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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여성대상 강력범죄, 엄정 대응한다!

정부, ‘동기없는 범죄’ 막고 정신질환 및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치료 및 관리 강화 대책 마련

(정책기자/박은영 기자)  밤길을 걷는 중이었다. 뒷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낯선 주먹이 내 등판을 가격했다. 뒤에서 때리는 비겁한 놈이었다. 총 네 차례였다. 말도 못하게 아팠지만, 놀라고 무서운 감정이 앞섰다. 그 후, 밤길의 발자국 소리에 필사적으로 달리는 버릇이 생겼다. 

느닷없이 심한 욕지거리를 들은 적도 있다. 밤이었고, 아이들과 함께 횡당보도를 건너려는 중이었다. 욕을 하는 남자의 얼굴에 살기가 느껴졌다. 이유 없이 타인에게 욕설을 듣는 일이 얼마나 될까. 영문을 몰라 멍했다.

인적이 드문 밤길에서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았고, 아이들이 걸렸다. 신고를 하자니, 경찰이 오기까지 그 사람을 잡아둘 수도, 뒤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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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중 우발벅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출처=대검찰청)

강력범죄 중 우발적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출처=대검찰청)

여성을 향한 범죄는 남의 얘기도,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4월, 광주 어등산 등산로에선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60대 여성이 숨졌고, 지난달 17일, 강남역에선 2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허망하게 엄마를 보낸 자식의 심정이 오죽할까 싶었다. 등산로의 가해자인 48살 김 모 씨는 범행 전날부터 흉기를 들고 인근 지역을 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을 노린 거다.

강남역 살인은 사람들로 붐비는 번화가였기에 충격은 더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던 범인은 6명의 남자를 보낸 후, 여성이 나타나자 칼을 휘둘렀다. 집요했다. 대상은 여성이 분명했다.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강남역 추모 물결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는 반복되는 폭력을 방치한 사회에 대한 분노였다. 그 와중에도 여성을 향한 범죄는 이어졌다.

각목으로 여성 2명을 내리친 사건은 25일 부산에서 벌어졌다. 대낮 거리에서 김 모(52) 씨는 가로수 지지대를 뽑아 A모(78) 씨를 수차례 내리쳤다. 분이 덜 풀린 그는 지나가던 여성 B모(22) 씨의 머리를 또다시 가격했다.

여성을 향한 끔직한 범죄들이 보란 듯이 이어졌다. 대로변과 등산로에 이어 유흥가의 공중 화장실까지 침범했다. 자신은 그곳에 없었기에 살았다는 ‘보편적 공포’가 여성들 사이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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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엔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붙인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출처=KTV)

강남역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붙인 포스트잇이 가득하다.(출처=KTV)

강남역 추모 물결은 남의 일만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미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대상이던 여성들은 각자의 체험에 공감하고 연대를 만들었다. 분노와 뒤섞인 애도의 물결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절절함이다.

1995년, 8천 건이던 강력범죄는 2011년, 2만8천 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피해 여성의 비율은 29.9%(1995)에서 83.8%(2011)까지 치솟았다. 통계가 증명했다. 여성은 피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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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범죄 발생 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피해자.(출처=통계청)

강력 범죄 발생 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피해자.(출처=통계청)

여성들은 두렵다. 호신용품 매출의 급증이나, 늘어난 안심귀가 서비스 신청이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범죄전력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내용은 이렇다. 내년까지 범죄 취약지역에 5493개소의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며, 상습 데이트 폭력자를 구속 수사한다. 신축건물의 남·여 화장실 분리 설치 및 기존 공용 화장실도 분리 설치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성대상 범죄자에게 형량범위 내 최고형을 구형하고, 만기 출소 흉악범죄자를 별도로 관리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한다. 피의자가 정신질환자라도 치료에 따라 맞춤형 대책을 추진한다. 각 급 학교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통해, 중증 정신질환자와 알코올 중독자 고위험군 조기 발굴 체계를 마련, 치료를 지원한다.

더불어 6월 한 달을 범죄취약요인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국민제보 신속대응팀’을 운영해 강도·강간 등 주요 범죄를 집중 단속한다. 

정부는 6월 한 달을 범죄취약요인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해, ‘국민제보 신속대응팀’을 운영한다.(출처=KTV)
정부는 6월 한 달을 범죄취약요인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해, ‘국민제보 신속대응팀’을 운영한다.(출처=KTV)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은 정상과 비정상을, 타인과 지인을 넘나들고 있다. 여성혐오든, 동기없는 범죄든, 정신질환자의 범죄든, 중요한 것은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일상의 곳곳에서 말이다.

여성의 불안을 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동기없는 범죄를 막고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의 이번 대책이 여성범죄 예방에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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