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박종평기자) 얼마 전 엑스 마키나(EX Machina)란 영화를 봤다.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의 인격과 감정에 대한 영화였는데,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선)이 매혹적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엑스 마키나’ 중 한 장면. |
마침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한불 로봇 공동제작 프로젝트인 ‘키메오 프로젝트 2016’ 시연회에 참석해 로봇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다. 두 대의 감성로봇이 교신하며 서로를 위로해준다는 주제 아래 사람의 행동에 따라 감정을 표출하고 반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이 공개됐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언젠가 우리 일상에 친근하게 스며들 AI의 존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키메오 프로젝트 2016(KIMEO Project 2016)’ 시연회 현장. |
감성로봇이란 기쁨, 슬픔, 지루함 등 사람이 갖는 감성을 눈빛이나 몸짓, 손짓 등으로 나타내는 로봇으로 프로그램에 따라 획일적으로 반응하는 로봇과 다르게 사람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는 로봇을 말한다. 키메오 프로젝트는 한-불 양국이 각각 감성로봇을 만드는 행사였다.
프로젝트 참여했던 사람들은 로봇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메이커(maker) 들이다. 3D 프린팅과 LED 커팅 장비만 갖추고 로봇을 제작했다. 두대의 장비로 이제 누구든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춘 로봇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나면 로봇 제작 당시 사용했던 도면, 자제, 소스 코드가 오픈소스를 통해 일반에 공개돼 과학관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내에 3D 프린터실과 레이저커터실이 구비됐다. |
이번에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제작된 로봇은 ‘친구’와 ‘아미(ami)’(불어로 ‘친구’)이다. 두 로봇을 제작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3개월뿐.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했기에 시간 제약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개념설계, 팀 구성, 콘셉트 잡기, 기구 설계, 전자 설계 전 과정을 진행하는데 통역 지원 없이 매주 화상회의와 카톡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사진=한불 상호교류의 해 페이스북) |
국립과천과학관은 “애초에 로봇의 테마, 형태, 모터 사용, 재료의 종류, 로봇의 크기, 로봇의 무게 등 로봇 설계에 필요한 모든 부분이 한국과 프랑스 간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 관계자들 간의 약속이 있었다.”며 “한국은 주로 로봇 설계 부분을 맡았고 프랑스는 소프트웨어 설계를 맡아 진행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측 팀원들의 모습.(사진=국립과천과학관) |
프랑스 측 로봇 ‘친구’.(사진=국립과천과학관) |
한국은 기구 설계, 로봇 몸체를 설계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참여해 양국 메이커(maker)들이 로봇을 조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다. 프랑스는 작은 사이즈의 3D 프린터만 가지고 있던 터라 한국이 보유한 큰 사이즈의 3D 프린터에 의존해 로봇을 제작할 수밖에 없던 반면 한국은 로봇이 통신하는데 중간에서 역할을 해줄 서버 전문가가 없어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적절한 팀 구성의 배합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밑거름이 된듯 보였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들이 대부분 문화 예술에 치중돼있고 과학 분야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이번 행사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프랑스 측의 권유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과학관 간 협력할 수 있는 의제가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프랑스 유니베르시앙(Universcience) 과학관과 과천과학관에서 운영하는 팹랩이 로봇을 만들어본 공통된 경험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 처음 시작이 됐다.
파리에 처음 축조된 에펠탑이 진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받았다는 점과 상당한 과학적 지식을 지녔던 나폴레옹에 대한 이야기만 미루어 봐도 짐작할 수 있듯 프랑스는 문화 예술뿐 아니라 과학에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금일 과학관에서 열렸던 행사가 4월 16~17일 프랑스에서도 똑같이 개최됐다. 관련해 직접 프랑스에 다녀온 로봇 디자이너 엄윤설 씨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키메오 프로젝트’ 시연회 현장.(사진=국립과천과학관) |
프랑스에서 시연회 현장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 모습.(사진=국립과천과학관) |
엄윤설 씨는 “프랑스 행사 때는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찾아와 행사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며 “프랑스도 한국처럼 로봇을 비롯한 인공지능(AI)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4월 30일, 한국에서도 ‘키메오 프로젝트’ 시연회가 열렸다. |
한국 측 로봇 ‘아미’. |
한편 이날 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에서는 1박 2일 동안 진행되는 로봇 메이커톤 경진대회가 열려 시연회와 함께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공동 프로젝트로 탄생된 로봇을 위한 액세서리와 자동차, 장난감 등 다양한 로봇 물품을 만들어 선보였다. 특히 키즈 메이커 스튜디오에서는 당일 현장 예약을 통해 한국의 로보티즈사에서 제공하는 ‘로봇 창작 키트’도 만들어 볼 수 있는 등 흥미로운 행사들이 열렸다.
‘로봇 메이킹 데이’ 푯말. |
직접 만든 로봇을 들고 행사에 참석한 한 학생은 “인체 감지센서를 달아 꽃을 가져가면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감정을 프로그램화하는 건 처음이다.”며 “꽃을 꺾으면 물을 뿌리거나 도망가는 식으로 로봇이 화를 표출한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직접 방문해 보니 로봇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시간이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빌어 문화교류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과학교류도 이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