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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레 감수광 제주도 참말로 좋수다

[‘한국관광 100선’ 따라 떠나는 국내여행] ③ 제주권
글·사진/임인학 여행작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우리 국민이 꼭 가봐야 할 우수 관광지 100곳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발표한다. ‘2019∼2020 한국관광 100’에는 전주 한옥마을, 경주 불국사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관광지 뿐만 아니라 보행명소로 거듭난 서울로 7017,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 등도 새롭게 포함됐다.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2019∼2020 한국관광 100’을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1박 2일 혹은 2박 3일 코스로 소개한다. 올해 국내여행은 이를 참고해서 세워보면 어떨까.(편집자 주)


제주도의 얼굴, 한라산

제주도를 구석구석 안 다녀본 데 없이 잘 아는 사람도 의외로 한라산을 안 가본 이가 많다. 대부분 등산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얼굴은 한라산이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도라고 말한다. 한라산 한번 올라보지 않고서야 어찌 제주도에 가봤다고 할 수 있으랴.

한라산 탐방코스는 모두 7개다. 가장 짧은 코스는 어승생악으로 30분(1.3km)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추자도, 비양도,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꽃이 활짝 핀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코스는 영실이다.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하면 윗세오름대피소(해발 1700m)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하산은 원점회귀나 돈내코 또는 어리목으로도 할 수 있다. 영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온갖 기암괴석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영실기암이라 할 수 있다.


기암괴석이 병풍을 쳐 놓은 것 같아 병풍바위, 설법을 듣는 불제자의 모습을 닮아 오백나한, 오백 명의 장군이 늘어서 있는 것 같다 하여 오백장군이라고도 부른다. 6월 초쯤 영실을 찾으면 선작지왓에 가득 핀 철쭉으로 산중화원을 이룬다.


평소 등산을 즐기거나 기본 체력이 있다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성판악 코스(9.6km, 4시간 30분)나 관음사 코스(8.7km, 5시간)를 택하면 좋다. 특히 겨울 한라산의 설경은 사계절 중에서도 으뜸이다.

한라산 영실코스. 백록담이 보인다.

여행팁
한라산 등반 시 예전엔 대피소 매점에서 컵라면이나 생수, 간단한 간식거리를 팔았지만 지금은 매점 운영을 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도시락, 생수, 간식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탐방로 입구 휴게소에서는 식사나 간식거리 구매가 가능하다. 한라산 가까이에는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없다.


삼림욕 최적의 숲길, 비자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500년~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해 자생하고 있다.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규모 면에서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게다가 인위적이 아닌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비자열매와 나무는 예부터 귀중한 약재이자 목재로 널리 쓰였다. 비자나무로 만든 가구나 바둑판은 희귀품으로 고가에 거래된다. 

비자림 숲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비자림에는 두 개의 탐방 코스가 있는데 송이길은 40분(왕복 2.2km), 송이길+돌멩이길은 1시간 20분(왕복 3.2km) 걸린다. 숲길을 걸으면 나무와 각종 식물들이 내뿜는 향긋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비자림엔 비자나무뿐 아니라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등 희귀한 난초식물을 비롯해 초본류가 140여 종, 목본류 100여 종이 자생한다. 삼림욕하기에 최적의 숲길이다. 송이길 끝에는 새천년비자나무가 서 있다. 수령 800년이 넘고 키가 14m, 둘레가 6m나 되는 거목으로 국내 비자나무 중 최고령이다. 2000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과 영광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새천년 비자나무라고 이름지었다.     

수령 800년이 넘은 비자림 새천년나무.

맛집 비자림길(흑돼지 정식, 064-782-5118), 달콤한 휴식(돈가스, 070-7721-1253), 미담(주꾸미 볶음, 돼지 두루치기)
숙박 비자낭달집, 보리게스트하우스, 비자림미담독채펜션


바다에서 솟아오른 화산섬,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해발 182m)은 우뚝 솟은 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성과 같다 하여 ‘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이 아름다워 ‘일출봉’이라 이름 붙였다.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 전 제주도 생성초기에 형성된 산이다. 제주도의 수많은 분화구와 달리 바닷속에서 마그마가 분출해 만들어진 수성화산체이다.


원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화산섬이었지만 신양해수욕장 쪽 땅과 섬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이며 육지와 연결됐다. 일출봉 정상에는 지름 600m, 바닥면 높이 90m, 면적 21만 4400m²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의 분화구가 자리 잡고 있다. 분화구 안에는 나무는 거의 없고 억새나 띠 등이 식물군락을 이루고 있다.  

유채꽃을 배경으로 한 성산일출봉의 모습.

성산일출봉 정상까지 오르려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해 탐방 안내표지판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성산일출봉은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돼 있다.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 인기 관광지이기도 하다.

맛집 맛나식당(갈치조림, 고등어조림, 064-782-4771), 고등어쌈밥(064-783-4944)
숙박 골든튤립호텔(064-744-7500), 성산해녀민박


푸른 바다와 절묘한 기암괴석,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곳, 제주도 동쪽 해안에는 섭지코지가 있다. 섭지코지는 제주말로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쳐져 만든 이름이다. 섭지코지 탐방로는 경사가 완만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드넓은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섭지코지 탐방로.

섭지코지는 여느 해안과는 달리 붉은 화산재 송이로 덮여 있으며 해안가의 기암괴석이 절묘하다. 특히 선녀와 용왕 아들 간의 못 이룬 사랑의 전설이 담긴 촛대 모양의 선녀바위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예전 인기 TV 드라마 ‘올인’의 세트장으로 사용된 일이 있어 당시 촬영을 위해 지은 건물들이 아직 남아있다.


입구에서 산책로를 따라가면 등대로 오르는 계단이 나오는데 전망대에 오르면 섭지코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섭지코지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오른 성산일출봉의 전경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맛집 남양수산(횟집, 064-782-6618), 섭지해녀의 집(겡이죽, 064-782-0672)
숙박 더베스트제주성산 호텔(064-784-0550), 휘닉스 제주(1577-0069), 제주성산골든빌리지펜션(1833-9306)

섭지코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대. 오른쪽에 바다 위로 우뚝 솟은 바위가 선녀바위.

놀며 쉬며 걸으며, 올레길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일으킨 제주 올레길은 제주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는 걷기 길이다. 올레는 ‘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방언. 올레길은 총 26개 코스가 있는데 제주의 바다와 포구, 해안 절벽, 오름, 마을 등을 거쳐 지나가도록 짜여 있다.


제주 올레에서 가장 먼저 길이 열린 1코스(시흥초등학교~광치기해변, 15.1km, 4~5시간 소요)는 오름과 바다가 이어져 ‘오름-바당 올레’라 부른다.


올레 1코스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 있는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한다. 학교를 지나 올레 진입로에 들어서면 제주도 특유의 돌담들이 이어진다.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 돌덩이들을 얼기설기 쌓아놓은 담장은 언제 봐도 정겹다.


대충 쌓은 것 같지만 의외로 야무지고, 세찬 바람이 불면 금세 넘어질 듯 보이지만 돌 사이의 틈으로 바람을 통과시키며 견뎌낸다. 제주 땅 어디서나 캐면 흔히 나오는 이 현무암은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것이다. 땅을 개간하며 나오는 울퉁불퉁한 돌들로 돌담을 얹었고, 이 돌담은 바람과 동물들로부터 집과 작물을 보호해줬다.


돌담이야말로 바람 많고 돌 많은 이 척박한 화산섬에서 제주도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과 부대끼고 어울리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성산포의 너른 들판과 성산일출봉.

돌담길을 지나면 소 방목장이 나온다. 개인 소유지지만 올레꾼들을 위해 길을 내줬다. 소들도 사람에 익숙해서인지 쫄래쫄래 따라오는 소도 있다. 이어 말미오름과 알오름이 나온다. 이 오름에 서면 성산일출봉과 우도, 조각보를 펼쳐놓은 듯한 성산포의 너른 들판과 옥빛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와 눈이 시원하다.


종달새가 날아다닐 것만 같은 예쁜 이름의 종달리 마을에 들어서면 종달초등학교를 지나 종달리 소금밭이 나온다. 땅이 척박했던 종달리에서는 바닷가 모래밭에 소금밭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갔다.


여기서 끓여 만든 소금은 제주도 전역으로 팔려나갔는데, 종달리 아낙들은 제주 오일장이나 모슬포 오일장에 소금을 팔기 위해 장이 서기 전날 소금을 등에 지고 밤새 한라산을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소금밭 자리에 소금 대신 갈대가 가득하다.

시흥해안도로와 오조리를 지나 성산포항 맞은편 산길로 들어서면 수마포해안이다. 거대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해안가에는 ‘섬과 바다를 노래하는 시인’ 이생진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 나는 내 말만 하고 / 바다는 제 말만 하며 / 술은 내가 마시는데 /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성산일출봉 주차장을 지나 해안가를 걷다 보면 마침내 올레길 1코스의 종점인 광치기해변에 닿는다. 해 질 무렵이라면 백사장에서 바다에 내려앉는 부드러운 노을빛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

수마포해안을 걷고 있는 올레꾼들.

맛집 시흥해녀의 집(전복죽, 조개죽, 오분작죽 064-782-9230), 오조해녀의 집(전복죽 064-784-7789)
숙박 킴스캐빈게스트하우스(064-783-5026), 수필하우스


글·사진/임인학 여행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 <한국의 사계여행>(봄, 여름, 가을, 겨울 전 4권)을 비롯해 여행과 관련한 여러 권의 공저를 냈다. 이 밖에도 <돌아온 삽사리 곰이와 몽이>란 동화책을 냈고, <백두대간 종주>와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등정> 기록집 제작에 참여해 책을 엮어내기도 했다. 요즘은 주로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를 사진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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